세무직 시험 두 번 떨어졌는데 점수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시험장에서 멘탈이 나가서 떨어졌습니다. 한 문제 틀렸다 싶으면 그 뒤로 머리가 하얘지면서 나머지를 못 풀었어요. 연습할 때는 분명 괜찮은데 실전만 가면 매번 그랬습니다.
두 번째 떨어지고 나서 한 달 동안 공부를 아예 못 했습니다. 아침에 눈 뜨면 공부해야 되는 건 아는데 그 생각 자체가 너무 무거워서 책상에 앉아도 글자가 안 읽히고, 멍하니 앉아있다가 한두 시간 지나면 그냥 덮고, 그러면 또 자책하고 그런 식으로 반복이었어요.
엄마가 알아봐 주셔서 들어가게 됐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기대가 없었습니다. 근데 시험까지 남은 날을 쪼개는 작업을 같이 했는데, 월 단위로 나누고 주 단위로 나누고 하다 보니까 결국 하루에 행정법 40페이지가 나왔어요. 합격이라는 게 너무 막연하게 멀었는데 40페이지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. 처음엔 진짜 그냥 페이지만 넘겼어요. 읽히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냥 넘기는 거였는데 3일 하고 일주일 하니까 조금씩 달라지긴 했습니다.
중간에 좀 힘들었을 때 STAFF님이 먼저 이틀 쉬자고 해주셨는데, 그냥 쉬라는 게 아니라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지도 같이 잡아주셔서 이틀 쉬고 바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. 혼자였으면 이틀이 일주일은 됐을 거예요.
아직 합격은 못 했고 올해 시험이 남아있는데, 지금은 적어도 책상 앞에 앉아서 책을 펼 수 있고 하루치 분량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까지는 왔습니다. 저한테는 그게 꽤 큰 변화예요.
